
임대차 3법이 실제로 묶은 것: ‘기간’과 ‘가격’의 이중 잠금
임대차 3법은 단일 법이 아니라 세 제도를 묶은 별칭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 계약 만료 시 세입자가 한 차례 갱신을 청구해 2+2, 즉 최대 4년 거주를 보장받게 한다. 전월세상한제는 갱신 때 임대료 인상을 직전 보증금·월세의 5% 이내로 묶는다. 전월세신고제는 보증금 6,000만 원 초과 또는 월세 30만 원 초과 계약을 30일 내 신고하게 해 그동안 비어 있던 임대차 실거래 데이터를 공적으로 집계한다. 앞의 둘은 2020년 7월 말, 신고제는 2021년 6월부터 시행됐으니 2026년 현재 5년 넘게 시장에 작동해 온 셈이다.
이 세 제도의 핵심은 세입자의 ‘얼마나 오래’와 ‘얼마에’를 동시에 잠갔다는 데 있다. 가장 흔한 오해가 여기서 나온다. “이제 전세는 5%만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인데, 5% 상한은 기존 세입자가 갱신할 때만 적용된다. 세입자가 바뀌는 신규 계약에는 상한이 없다. 갱신권도 자동이 아니어서, 집주인이나 직계가족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고(이 경우 허위 실거주 뒤 다른 세입자를 들이면 손해배상 대상이 된다), 세입자가 월세를 2기분 연체한 이력이 있어도 갱신권은 소멸한다. 실행 관점의 체크포인트는 명확하다. 세입자라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반드시 문자·카카오톡·내용증명처럼 날짜와 내용이 남는 방식으로 갱신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전화 통화만으로는 나중에 ‘들은 적 없다’는 분쟁에서 입증이 어렵다.
매물은 줄고 전셋값은 뛴 구조 — 이중가격이 만든 왜곡
제도의 명분은 세입자 보호였지만 시장 데이터는 부작용도 함께 드러낸다. 한 집계에 따르면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임대 매물은 약 16.2% 감소했다. 원인은 두 힘이 겹친 결과다. 첫째, 기존 세입자가 4년씩 눌러앉으면서 회전이 멈춰 시장에 나오는 물건 자체가 줄었다. 둘째, 집주인 입장에서 한 번 계약하면 4년간 5%씩밖에 못 올리니, 계약을 새로 트는 첫 시점에 미리 크게 올려두려는 유인이 생겼다. 그 결과 같은 단지·같은 평형인데도 갱신 세입자가 내는 값과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가 내는 값이 벌어지는 ‘이중가격’이 굳어졌다. 심한 경우 옆집과 수천만 원 차이가 나기도 한다.
다만 전세가 상승 전부를 임대차 3법 탓으로 돌리는 것은 대표적인 함정이다. 같은 시기 저금리로 전세대출 한도와 수요가 함께 늘었고, 입주 물량이 비는 지역이 겹치면 가격은 제도와 무관하게도 뛴다. 임대차 3법은 상승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 이미 붙은 불에 기름을 부은 증폭 촉매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래서 세입자가 시세를 확인할 때 포털의 대표 호가 하나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이 갱신 시점인지 신규 시점인지에 따라 체감 가격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국토부 실거래가와 신고제 데이터에서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을 구분해 본 뒤 내 협상 위치를 정해야 한다. 갱신권이 남아 있는 세입자가 이 구조를 모른 채 이사를 나가면, 바로 옆 신규가로 다시 계약하며 수천만 원을 더 부담하는 경우가 생긴다.
개편 논의: 9년 임대(3+3+3)와 완화·폐지 사이
부작용이 누적되며 개편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커졌다. 한 축은 세입자 보호를 더 강화하자는 ‘3+3+3’ 구상이다. 지금의 2+2(4년)를 3년+3년+3년으로 늘려 사실상 9년 거주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반대 논리는 재산권과 공급 측면이다. 임대 기간을 길게 묶을수록 매물 잠김이 심해져, 정작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신규 세입자의 선택지가 줄고 집주인의 임대 공급 유인이 약해진다는 우려다. 앞에서 본 매물 감소가 4년에서 9년으로 확대될 때 어떻게 증폭될지가 이 논쟁의 실질적 쟁점이다.
다른 축은 반대 방향, 즉 전셋값 급등을 근거로 상한제·갱신권을 완화하거나 손질하자는 흐름이다. 두 방향은 정권과 시장 국면에 따라 번갈아 힘을 얻어 왔고, 어느 쪽도 아직 확정된 결론은 아니다. 실수요자에게 중요한 것은 논쟁의 승패 예측이 아니라 한 가지 원칙이다. 제도 변경은 대개 시행 이후 신규 계약부터 단계 적용되고, 이미 맺은 계약은 계약 당시 규칙이 우선한다. 따라서 개편 뉴스가 나올 때마다 불안해할 게 아니라, 실제 입법되면 그 법의 부칙에서 ‘적용 시점’과 ‘기존 계약 특례’를 확인하는 것이 유일하게 확실한 대응이다. 뉴스 제목만 보고 ‘내 계약이 자동으로 9년으로 늘어난다’고 단정하는 것은 대표적 오해다.
지역별로 갈라진 집값과 상황별 판단 기준
임대차 시장의 왜곡은 매매 시장으로도 번진다. 최근 서울에서는 한쪽은 억대 하락, 다른 쪽은 신고가가 동시에 나오며 “오르면 다 오르고 내리면 다 내린다”는 오래된 공식이 흔들렸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대출 규제, 지역별 공급, 갈아타기 수요가 지역마다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가가 신규·갱신으로 쪼개진 탓에 전세가율이라는 지표 자체도 어느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했느냐에 따라 달라져, 이제는 지역·시점별로 해석해야 한다. “강남은 무조건 안전, 강북은 무조건 위험” 같은 단정이 통하지 않는 국면이다.
상황별로 기준을 나누면 이렇다. 갱신권이 남은 전세 세입자는 5% 상한을 쓰는 갱신이 신규 계약보다 유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규가와의 격차가 클수록 갱신의 이득도 커지므로, 이사 필요가 절실하지 않다면 갱신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갱신권이 없거나 이사가 불가피한 세입자는 신규가와 갱신가 격차를 확인하고,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은(통상 80%를 넘어서면 경계 구간으로 보는) 매물의 깡통전세 위험을 피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다. 매수 실수요자는 신고가 사례 하나에 흔들리기보다 그 지역의 공급·대출·전세가율 조합이 가격을 떠받치는지를 봐야 한다. 예외와 리스크도 분명히 해두자. 제도가 다시 바뀌면 매물과 가격이 재차 출렁일 수 있고, 신고가나 급락은 특정 층·향·급매 같은 개별 사정이 얹힌 단발 거래일 수 있어 시세의 대표값으로 삼기 어렵다. 어떤 판단이든 ‘단일 뉴스 한 건’이 아니라 ‘여러 지표의 방향이 같은 쪽으로 겹치는가’로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안전하다.
자주 묻는 질문
임대차 3법에서 전세를 5%만 올릴 수 있다는데 왜 우리 동네 전셋값은 크게 올랐나요?
5% 상한은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할 때만 적용됩니다. 세입자가 바뀌는 신규 계약에는 상한이 없어, 집주인이 새 계약에서 미리 크게 올려두는 ‘이중가격’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같은 단지라도 갱신가와 신규가가 벌어지고, 신규 기준 시세는 크게 오른 것처럼 보입니다. 저금리·입주 물량 감소도 함께 작용한 결과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언제, 어떻게 행사해야 하나요?
통상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갱신 의사를 집주인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전화만으로는 나중에 ‘들은 적 없다’는 분쟁에서 불리하니, 문자·카카오톡·내용증명 등 날짜와 내용이 남는 방식을 남겨두세요. 갱신권은 한 번 쓸 수 있어 2+2, 최대 4년 거주가 보장됩니다. 다만 집주인·직계가족의 실거주 사유가 있으면 거절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실거주한다며 갱신을 거절했는데, 나중에 다른 세입자를 들이면 어떻게 되나요?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해 놓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면, 기존 세입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거절 당시 실거주 의사가 진짜였는지가 쟁점이므로, 이후 그 집의 전입·임대 내역을 확인해 두는 것이 대응에 도움이 됩니다.
3+3+3(9년 의무임대)로 바뀌면 지금 내 계약도 자동으로 늘어나나요?
제도 개편은 대개 시행 이후 신규 계약부터 단계 적용되고, 이미 맺은 계약에는 계약 당시 규칙이 우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 입법되면 그 법의 부칙에서 ‘적용 시점’과 ‘기존 계약 특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뉴스 제목만 보고 자동 연장으로 단정하면 안 됩니다.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 매물이 정말 줄었나요?
한 집계에서는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임대 매물이 약 16.2% 감소했습니다. 기존 세입자가 4년씩 머무르며 회전이 멈춘 영향이 큽니다. 다만 저금리와 입주 물량 감소 등 다른 요인도 겹쳐,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 전부를 임대차 3법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