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트라인 69점은 ‘경쟁’이 아니라 ‘가격 격차’의 신호다
서울 인기 단지 당첨 가점이 60점 초반에서 69점대로 올라섰다는 보도가 반복됩니다. 숫자만 보면 ‘경쟁이 심해졌다’는 뻔한 결론에 도달하기 쉽지만, 가점 구조를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청약 가점 만점은 84점이고, 무주택기간 32점(15년 이상)·부양가족 35점(6명 이상)·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15년 이상)으로 쪼개집니다. 3인 가구(부양가족 2명=20점)가 무주택 15년, 통장 15년을 모두 채워도 산술적으로 20+32+17=69점이 상한선입니다. 즉 커트라인 69점이라는 말은 ‘3인 가구는 만점을 받아도 턱걸이거나 탈락’이라는 뜻이고, 4인 이상 다자녀·장기 무주택 세대가 아니면 일반공급 가점제 문은 사실상 닫혔다고 봐야 합니다.
중요한 건 이 커트라인이 왜 밀려 올라갔느냐입니다. 수요가 갑자기 폭증해서가 아니라, 분양가와 시세의 ‘안전마진’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인근 실거래가보다 수억 원 낮게 책정되면, 당첨 즉시 기대차익이 생기는 이른바 로또 구조가 만들어지고, 손해 볼 일이 없으니 고가점자까지 한 단지에 총집결합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함정 하나. 커트라인 상승을 ‘지금이 상투’라는 과열 신호로만 읽으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같은 숫자가 ‘분양가와 시세 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공급 측 신호이기도 하므로, 시장 전체가 아니라 ‘그 단지의 분양가가 얼마나 눌렸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실제로 같은 시기에도 지방·수도권 외곽은 미분양이 쌓이는데, 이는 커트라인 논쟁이 서울 핵심지 국지적 현상임을 보여줍니다.
가점 60점 미만이라면 게임의 판을 바꿔라 — 추첨제·특공 실전
가점 60점이 안 되는 세대가 일반공급 가점제만 붙들고 있는 건 이길 수 없는 판에 계속 베팅하는 셈입니다. 판을 바꾸는 첫 번째 통로가 추첨제입니다.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여부와 평형에 따라 추첨 비중이 크게 달라지는데, 비규제지역이나 전용 85㎡ 초과 중대형은 추첨 물량이 넉넉해 가점이 낮아도 ‘운’이 변수로 들어옵니다. 반대로 규제지역 85㎡ 이하는 가점제 비중이 높아 추첨 기대가 낮으니, 청약 전 입주자모집공고에서 ‘가점제 대 추첨제 비율’ 한 줄을 반드시 계산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같은 청약이라도 이 비율을 모르면 승산 없는 방에 통장을 소진하게 됩니다.
두 번째 통로인 특별공급은 가점 경쟁이 아니라 소득·자산·자녀 수 요건으로 뽑기 때문에, 30~40대 실수요자에게 오히려 현실적입니다. 실행 순서는 이렇게 잡으세요. ① 청약지가 규제지역인지 확인하고 평형별 추첨 비율을 계산한다. ② 생애최초·신혼부부 특공 소득기준(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대비 %, 맞벌이는 완화 적용)에 세대가 들어가는지 정부24·국세청 자료로 검증한다. ③ 무순위(줍줍)·미계약 물량을 상시 모니터링한다. 여기서 두 가지 오해를 깨야 합니다. 하나, ‘특공은 저소득층 전용’이라는 생각 — 생애최초·신혼부부는 맞벌이 완화 기준이 있어 중간 소득대도 상당수 걸립니다. 둘, ‘일단 넣고 보자’는 태도 — 특공은 세대당 평생 단 1회만 쓸 수 있어, 실거주 가치가 낮은 단지에 소진하면 정작 원하는 단지에서 카드가 사라집니다. 특공은 총알이 한 발뿐인 무기라고 생각하고 조준해야 합니다.
‘로또 청약’과 위장 세대 — 편법이 자산 아닌 부채가 되는 지점
고가 단지 청약에서 부양가족 수를 늘려 점수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위장 세대 논란은 초고가 아파트 당첨 사례가 나올 때마다 반복됩니다. 비판의 초점을 개인의 도덕성에 두면 본질을 놓칩니다. 문제의 뿌리는 제도 설계에 있습니다. 부양가족 가점이 35점으로 전체 84점의 40%를 넘다 보니, 세대 구성만 조정해도 점수를 대폭 끌어올릴 유인이 구조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부양가족 인정 요건을 계속 조여, 직계존속은 청약 신청일 기준 3년 이상 동일 세대 등록, 자녀는 미혼·동일 세대 조건 등을 요구합니다. 요건을 실제로 갖추면 합법이지만, 서류상으로만 세대를 꾸미는 순간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수요자가 챙길 교훈은 숫자로 정리됩니다. 첫째, 적발 리스크. 위장전입·허위 세대 구성은 주택법상 부정청약으로, 당첨 취소는 기본이고 형사처벌(징역 또는 벌금) 대상이며, 향후 최장 10년간 청약 자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단기 차익 몇 억을 노리다 10년의 기회 자체를 날리는 셈이니, 이 편법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입니다. 둘째, ‘로또’라는 단어에 판단이 마비되지 않아야 합니다. 안전마진이 크게 부각되는 단지일수록 실거주 의무 기간(분양가상한제 단지는 보통 2~5년), 전매제한, 중도금·잔금 대출 가능 여부를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3억 싸도 실거주 의무 3년에 잔금 대출이 막히면, 장부상 차익은 현금이 되지 못한 채 이자와 자금 압박만 현실이 됩니다. 안전마진은 ‘조건부 이익’이지 확정 이익이 아닙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는 계산해야 할 숫자가 다르다
실수요자라면 가장 먼저 계산할 것은 ‘가점을 더 쌓는 데 드는 시간 비용’입니다. 무주택기간은 1년에 2점씩만 오르므로, 커트라인이 69점인 상황에서 60점짜리 세대가 커트라인을 따라잡으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4~5년이 걸립니다. 그 몇 년간 전월세로 지불하는 주거비와 그사이 시세 상승분을 더하면, 기다려서 얻는 당첨 이익을 초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수요자에게는 ‘청약만이 정답’이라는 고정관념 자체가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추첨제·특공을 병행하고, 동시에 구축 매수나 전세 후 갈아타기 같은 대안 시나리오를 열어둔 뒤, 어느 쪽이 총비용이 낮은지를 비교해야 합니다.
투자·자산 관점이라면 계산의 축이 시간에서 자금과 규제로 옮겨갑니다. 핵심 변수는 분양가와 인근 실거래가의 격차, 전세가율, 전매제한·실거주 의무 기간, 그리고 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입니다. 특히 금리와 대출 규제는 당첨 이후 잔금 조달을 좌우하는 결정타입니다. 안전마진이 아무리 커도 중도금·잔금 대출이 막히면 계약 자체를 유지하지 못해 자격을 잃습니다. 여기에 지역 구분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서울 핵심지 커트라인 상승과 지방 미분양은 서로 다른 시장이라, ‘전국이 로또 청약’이라는 프레임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결국 청약은 무조건 넣는 이벤트가 아니라, 내 가점·소득 요건·자금 계획·거주 계획을 한 장의 표로 정리해 상황별로 다르게 답을 내는 의사결정 문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3인 가구는 청약 가점을 만점 받아도 서울 인기 단지는 어렵나요?
그렇습니다. 3인 가구(부양가족 2명=20점)가 무주택 15년(32점)·통장 15년(17점)을 다 채워도 산술 상한이 69점이라, 커트라인이 69점대인 인기 단지 일반공급 가점제에서는 턱걸이이거나 탈락입니다. 대신 추첨제 비율이 높은 평형이나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리면 가점과 무관하게 도전할 통로가 열립니다.
가점이 낮으면 추첨제와 특별공급 중 무엇을 먼저 봐야 하나요?
소득·자녀 수 요건이 맞으면 특별공급이 먼저입니다. 가점 경쟁 없이 요건으로 뽑기 때문입니다. 단 특공은 세대당 평생 1회 제한이 있어 아무 단지에나 소진하면 안 됩니다. 요건이 안 되면 비규제지역이나 전용 85㎡ 초과처럼 추첨제 비율이 높은 단지를 골라 청약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부양가족을 늘리면 가점이 오른다는데 합법인가요?
직계존속을 청약 신청일 기준 3년 이상 동일 세대로 실제 부양하는 등 요건을 갖추면 합법적으로 가점이 오릅니다. 그러나 실제 거주 없이 서류상으로만 세대를 구성하는 위장전입은 주택법상 부정청약으로 당첨 취소, 형사처벌(징역 또는 벌금), 최장 10년 청약 제한 대상입니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싼 ‘로또 청약’이면 무조건 넣는 게 이득 아닌가요?
장부상 차익이 커 보여도 실거주 의무(보통 2~5년), 전매제한, 중도금·잔금 대출 가능 여부를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분양가가 3억 싸도 실거주 의무와 대출 규제에 걸리면 차익이 현금이 되지 못한 채 이자·자금 압박만 커질 수 있어, 안전마진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